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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백제의 숨결이 살아 있는 충남 부여의 백마 강변(금강하류)에는 아름다운 길 하나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전라도에서 한성까지 배에 물건을 실어 나르던 붐비던 포구였는데 1960년대 이후 백제교가 생기면서 점점 사람들이 규암을 거치지 않고 다리를 이용하게 되어, 마을 역시 빈집들이 늘어나게 되었다고요.
- 옛날 붐비던 포구는 시간이 멈춘 듯 백마강의 고요한 물결을 안고 유유히 흐르고, 그 강변에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그림 같이 예쁜 규암리 마을의 ‘자온길’이 있습니다. 부여가 고향이면서도 내가 태어난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지요.
- 자온길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한 때 다 폐허가 된 마을에 옛 멋을 살린 고풍스러운 길로 새롭게 바꾼 사람은 바로 24살부터 인사동 쌈지길에서 전통공예가게를 운영했던 ‘세간’의 박경아 대표인데 이 분은 부여전통예술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시면서 우리 고유의 멋과 가치를 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고 합니다. 박경아 대표의 노력 덕분에 버려져 폐허가 된 시골 마을의 집들이 따뜻한 감성을 지닌 아름다운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입니다.
- 자온길에 들어서면 골목골목 세월의 흔적과 고요한 정취를 담은 상점들이 있습니다. 서점, 카페, 작은 공방, 레스토랑, 콘서트 거리 등... 느릿느릿 골목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흔적너머로 한동안 잊고 살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훈훈한 향수가 밀려옵니다.
- 어릴 적 우리 동네에 딱 하나 있던 구멍가게는 우리 할머님이 운영하셨는데, 한 여름학교 갔다 오면 너무 더워서 하드나 쭈쭈바를 하나씩 주셨던 할머님 생각이 나게 하는 골목들...
-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잊고 지냈던 따뜻함의 정서가 되살아나 가치와 힐링이 함께 공존하는 곳 자온길!
¶ 책방 세간
- 세 : 세상을 담는 그릇
- 간 :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다
- 마을 중앙에 있는 책방 세간은 80년 된 담배 가게와 아주 오래된 살림집을 고쳐서 만든 북카페인데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이 어린 시절 살았던 우리 동네 같아 마치 친척집에 온 느낌이랄까... 마음이 아주 편안해져요.
¶ 부여서고
- 자체 제작한 형형색색 핸드메이드 소품들로 가득한 부여서고는 직접 염색을 해서 만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패브릭 소품들로 가득해 선물하기 좋은 것들이 아주 많아요.
¶ 수월옥
- 1962년 지어져서 한 때 술을 팔던 주점이었다는 카페 수월옥은, 그때 그 이름 그대로 살려서 지금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요. 운영하시는 분은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이수자이자 공연예술 감독인 이유나 님이라고 합니다. 담벼락에 쓰여 있는 수월옥이라는 이름이 너무 예뻐요.
¶ 청명
- 청명은 팝업 스토어이며 스테이 공간인데 오래된 국밥 집이었다고 하네요.
¶ 자온양조장
- 자온양조장은 오래 버려져 있던 양조장을 리모델링하여 술집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운영되고 있어요.
¶ 이안당
- 복합문화 공간인 이안당은 100년 된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집을 재건축하여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이곳 앞마당에서는 ‘재주소년 여유’ 콘서트가 한 달에 한번 열리는데 툇마루에 앉아서 토크와 노래를 듣다 보면 고요 속에 느끼는 여유로움과 옛 멋들이 만나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랄까요.
- 사람들이 떠난 시골 마을에 낡고 초라한 빈 집들이 가치 있는 문화의 거리로 재 탄생하면서 부여읍내에 있던 도서관이 책방 세간과 이안당 사이로 이사할 예정이며 고미술과 엔틱 가구를 체험하는 갤러리이자 매장도 생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 긴 시간 폐허였다가 다시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은 살아있는 공간... 공존하는 시간 속에 저마다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어우러져 있는 곳... 그곳에 가면 느릿느릿한 속도와 온도가 만나 나만의 여행 스케치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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